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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9. 03:21 from 카테고리 없음



자정이 다 될 무렵 영화채널에서 나온 비긴어게인 -

오랜만에 보니 더욱 벅차고 좋다.

요르단에서 지내던 시절 밤에 켜두고 잠들었던 영상 중 하나.


이장면을 특히 좋아한다. 

댄이 그레타의 음악을 처음 듣던 순간 -

어라? 하며 다가서는 표정.

첫눈에 반하면 그 사람 뒤로 후광이 비친다는데, 음악에 반하면 없던 악기들이 스스로 연주를 시작하나봐.


한때 원스의 여운에 한동안 빠져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에 쫒아다닐만큼 좋아했는데... 그보다 더 좋다.

그레타의 이별은 내가 늘 상상하던 어른의 성장과 닿아 있다. 담백하게 돌아서는 것.

숨을 한 번 참고 말을 삼키는 모습이 내 마음에 위안이 되었던 -











Posted by Mona_ouzoud :

2018. 2. 8. 13:00 from 카테고리 없음

2017-

 

*

지난 11월,

여름에서 겨울의 초입으로 넘어가던 5개월여간 함께 울고 웃었던 인문학 수업 선생님들과 우리들만의 문집을 만들고 활동을 마무리 했다.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과 내면이 바닥까지 내리쳤던. 내밀하고도 적나라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다듬어 글들을 썼다.  그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다. 생살을 째어 헤집어 내보이는 쾌감이 느껴졌다. 부모님 연배의 선생님들은 나보다 더 한 감수성과 격정을 앓고 계셨다. 가식없는 시간들이었다. 다들 그렇게 속을 내보였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다 혼자 집에서 낮술을 마시고 내 쓸모에 관한 자괴감을 한 번에 써내려간 글을 나누었던 밤, 모임을 이끌던 작가님께 이메일이 한 통 왔다.


'쓸모'에 대해 이야기했지요?

'쓸모'란 사람을 도구로 쓰고 싶은 사람들 욕망이 만들어 낸 벽이에요.

쓸모가 없다는 건, 어찌 보면 하나의 쓸모에 갇히지 않겠다는 거죠.

그러니 쓸모 따윈 던져버려요.

 

 

간결하지만 깊이있는 결론이다.

장문의 이메일 말미 무심하게 덧붙이신 저 말씀에 위로를 얻었다.

그러니 쓸모 따윈 던져버려요.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날 다독여주었던 귀한 시간들이었다.

모임이 종료되고 더 깊은 추위가 찾아왔고 얼마 지나지않아 살을 더 먹었다.

우리는 두어권씩 책을 챙겨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이따금 생각나는 날이면 안부를 묻는다.

 

 

 

 

*

 

손등에 두어번 헛가위질로 깊은 상처를 남겼던 그 시험에서 나는 가까스로 합격했다. 슬렁슬렁 문화센터에서 가위질을 배운지 일 년 만의 일이다. 그리고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미용면허를 취득한 뒤 근처 노인복지센터내 미용실에서 한 주에 하루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일흔을 이제 갓 넘긴 젊은 할머니도 아흔이 넘은 늙은 할머니도 다 똑같은 파마를 완성해 미용실 문을 나선다. 흡사 요시노 이발관의 노인판을 보는 듯하다. 모두가 통일된 짧고 빠글한 파마. 게다가 죽음에 관한 농담이 완성되는 곳이다. 이정도면 살만큼 살았네. 고만 사시오. 감히 할 수 없는 말들이 허공을 뛰어다닌다.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웃는다. 생경하고 놀랍다. 내가 하면 농담이 될 수 없는 말들이겠지만.

 

살냄새가 곳곳에 베여있다. 특히 단체로 식사를 나누는 식당엔 노인들 특유의 체취가 밀집되어있어 나는 서둘러 밥을 먹고 미용실로 돌아와 급하게 향수를 꺼내곤 한다. 아직은 이르다. 선의를 가지고도 감당할 수 없는 분야는 분명히 있다. 나는 아직 스스로와 합의점을 찾고 있다. 밥을 빨리 먹고 향수를 꺼내는게 지금까지의 최선이다.

여행을 다녀오느라 비운 한 달 동안 나를 제외한 두 명의 봉사자가 기꺼이 내몫까지 해주셨다. 페루에서 사온 예쁜 파우치 두 개를 따로 챙겨두었다. 색이 아주 곱다. 좋아하실거다.

 

 

 

 

*

살렘의 왕을 만날 때가 종종있다.

간혹은 모든 만남이 끝난 후에 폭풍처럼 느껴지는 때도 있지만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는 금방 느끼곤 한다.

거창한 계획을 세워주거나 삶의 전반적인 부분을 흔들만큼 큰 인연은 쉽지 않다. 아마 아직까진 인생을 통틀어 두어번 정도.. 인것 같다. 게다가 그것들은 아주 오래전 기억이다. 대신 소소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나는 그들 모두를 살렘의 왕이라 부른다. 시야가 크고 그릇의 깊이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 

 

나는 아직 허세를 못버리고 궁금해 할 때가 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살렘의 왕이 될 수 있을까.

 

 

 

 

 

 

 

Posted by Mona_ouzoud :

2018. 2. 7. 19:55 from 카테고리 없음


얼음왕국 뺨치게 추워서 옷을 몇겹이나 껴입고, 내일은 코인세탁소에 다녀와야하지만.

사장에서 사 온 귤과 소주 한 잔-
캬!

여행 내내 먹고팠던.

발뻗고 누우니 천국이다.
쾌적하다 참말.
침낭없이 잔다는게 행복 :D





Posted by Mona_ouzoud :

2018. 2. 6. 08:34 from 카테고리 없음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중간 경유지인 멕시코 공항 라운지.
드디어 마지막 장을 넘긴 열한 계단.
참 고마웠다 채사장님아! 한달 내내-

예전 구례의 지인집에 잠시 얹혀 지낼 무렵 체게바라를 선망하던 그가 혁명과 자유를 동시에 부르짖으며 술취한 저녁이면 어김없이 틀어주던 소사의 목소리인데. 이번은 사뭇 다르다. 몹시 진하다. 아마도 당신을 통해 그녀의 인생을 엿보았기 때문일까.
그라시아스 아 라 비다!


볼리비아 국경의 지루한 입출국 심사를 기다리면서,
장시간의 야간버스에서 잠이 안올 때,
아무것에도 누구에게도 섞이고 싶지 기분일 때,
혼자 와라즈 호스텔 옥상에서 설산을 마주보고 맥주를 마실 때.

여행 중 8할을 혼자 보낸 고독한 시간속에서 당신만큼 특별한 친구가 없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여덞번째 계단을 앞두고 병실에 누운 당신 곁에 죽은 동료들이 누워있던 그 상상은 나도 늘 하던 것이라-
내 상상속 다혜도 영안실에서 보았던  꿰매진 얼굴로 늘 어두운 내 방문앞을 지키고 있었기에. 그 서늘한 공포와 죄책감을 당신도 가지고 있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났다.
삶이 내게 고통을 던져줄 때 시간을 죽이고 버티기만 했던게 결국은 내 선택이었다는걸,
담담하고도 가볍게 일러주어 고맙습니다.

이제 하루를 더 보내고 집에 도착하면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따뜻한 음식을  조금 먹은 뒤 당신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보겠다. 그 계단에 내 발도 용기있게 내딛을 수 있길!


Posted by Mona_ouzoud :

2018. 1. 2. 07:07 from 카테고리 없음


늘 뜻밖의 기회들이 찾아온다.

남미로 가는 길목, 멕시코 경유시 들를 프리다 칼로의 미술관을 예약했다.

잠깐이나마 그녀를 만나다니. 2018년의 시작이 사뭇 감동이다.

일주일이 남았다. 오늘은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러 인천공항으로 간다.

마음이 바쁘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7. 12. 6. 12:40 from 카테고리 없음



요즘 자주 듣는 서해에서 -



Posted by Mona_ouzoud :

2017. 12. 5. 07:53 from 카테고리 없음



재밌는 영화를 보고 좀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멍때리고 싶다.

가끔 가난해지는 마음에 뼈가 시려진다.

나를 위로하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최대치로 끌어올린 자기연민 레벨. 하필 오늘은 더 춥네.





Posted by Mona_ouzoud :

2017. 11. 24. 07:09 from 카테고리 없음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온 남편이 가져온 소식

밖에 눈이 와. 그것도 펑펑!

 

그대로 외투를 걸치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집 앞 학교 운동장에 서 사진을 찍었다.

서걱거리는 눈밟는 소리가 좋아서 계속 걸었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7. 11. 16. 12:25 from 카테고리 없음

커즈와일의 이야기를 듣다가 문득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고 명이 더욱 길어지는 어느 지점에서 

죽음을 질투하는 세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의 불가항력이었던 죽음이 선택이라는 삶의 옵션으로 다가왔을때

과연 유에서 무로 소멸되는 그 과정을 용기내서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은 날이 많아서, 

심지어 그 시간이 영원이어서.

당장의 고통이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얼마만큼의 용기와 의지를 쥐어 짜내야만 죽을 수 있을까


죽음을 질투하는 삶.



Posted by Mona_ouzoud :

2017. 11. 14. 11:38 from 카테고리 없음


장난을 치다가 남편의 목을 손톱으로 긁어 살갗이 벗겨지는 상처를 냈다.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주며 미안해했는데

남편은 내게 손톱이 길었나보다며 바닥에 앉혀놓고 또각또각 손톱을 깍아준다.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다.




Posted by Mona_ouz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