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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2. 01:54 from 카테고리 없음

후....


계란찜 한가운데 서있는 기분이다.

새벽 두시의 오늘 날씨.

돌았다 정말.


집에 돌아오는 동안 남편에게 세상의 모든 시비를 걸고 싶었다.

두세개쯤은 성공했고 내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종일 집에만 있으니 몰랐지.

미친 날씨.

계란찜의 열기.





Posted by Mona_ouzoud :

2018. 8. 1. 16:07 from 카테고리 없음

*

'자기앞의 생'

게으른 일주일을 보내고 모임 이틀 전 몰아서 읽었다.

모하메드, 낯익고도 반가운 이름. 아랍의 이름.

모모, 귀엽고도 따뜻한 애칭.


요르단에서 살 적, 내 이름 모나도 애칭이 있었다. 

나아메 언니는 남들과 다르게 늘 만누쉬라고 불렀는데 그것은

앤드류를 앤디라고 부르는 그런것과 비슷했다.

그 이름이 좋았다. 만누쉬.



자기앞의 생, 이렇게 따뜻하고 긴 동화는 오랜만에 읽었다.

10살이자 14살인 모모가 들려주는 이민자의 삶.

어딘가 변두리에서 생을 이어나가는 소수자 친구들의 이야기.

책을 읽을때 머릿속으로 캐릭터를 이미지화 시켜야 몰입이 쉬운데 로자 아주머니를 생각할때면

영화 바그다드 까페의 야스민을 외모를 떠올렸다. 몹시 만족스러웠다.

하멜 할아버지는 모로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늘 까페 야외 의자에 앉아 늘 질레바를 입고 에째이를 마시던

하얀 노인들을 상상했다. 움직이고 행동하는 이미지가 결정되자 책 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었다.

그들은 이미 내 옆에 앉아 조곤조곤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듯 했다.

마지막 장을 넘겼을때 나는 아주 조금 눈물이 났다.

모모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을 사랑할 땐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8. 7. 24. 13:42 from 카테고리 없음

좁은 거실, 

샷시대신 폴딩도어를 달고 베란다 바닥에 깨끗한 타일을 깔아 작은 서재를 만들었다.

베란다 벽에 이케아에서 사온 2구짜리 포인트 등을 달았다. 눈이 쨍할 정도로 오렌지빛이 쏟아져 나온다.

저녁에 서늘해지면 문을 밀어놓고 소파에 걸터앉아 책을 본다.



 

 근처 마트에서 고기를 샀는데 계산을 하면서 타임세일이 적용된 (무려 30퍼센트) 사실을 알았다.

물건들을 사느라 머뭇거린 시간들이 쌓여 할인의 타이밍을 만들어냈다.


*

남편은 9년간 다닌 회사를 정리하고 이직을 했다.

입학과 군대 졸업과 취업까지 한번도 쉼없이 달린 남편은 34살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9년차 직장인이다.

나는 이게 늘 존경스러웠고 이 성실함이 나와의 삶에서도 연결된 모습에 기뻤다.

계획하고 실행하기 좋아하지만 이내 질려 관심분야를 수시로 옮겨다니는 나와 매우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좋다. 나는 남편의 진득함이, 남편은 나의 호기심들이.


*

이직하는 과정에서 시간에 쫒겨 열흘간 계획했던 몽골행 비행기를 취소하고 약간의 수수료를 인생수업료로 날렸다.

고비사막과 테를지를 함께 동행하려했던 사람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고 일정을 취소했다.


*

용달트럭을 빌려 이사를 했다.  책과 옷 그릇과 모든 물건을 미리 날랐음에도 이사당일 큰 물건들을 옮기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옮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자리를 맞춰가는데는 시간이 꽤 걸렸다.

베란다 블라인드를 제외한 모든 정리는 딱 어제 끝났다. 

(우드 블라인드는 벽이 낡고 약해 달수가 없어 암막기능이 있는 롤스크린 블라인드를 구입했다.

배송은 언제 되는걸까. )

하루에도 느릿느릿 몇번씩 움직여 만든 결과다.

용달차를 불러 짐을 옮기고 포장과 정리도 나와 남편이 한 덕에 이사비는 매우 많이 아꼈다.

그만큼 피로를 노래하며 줄곳 외식을 해댔으니 실은 거의 비슷한 셈. 그래도 뿌듯하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8. 6. 7. 00:09 from 카테고리 없음

내가 멋지지가 않아서 되게 머쓱한 하루였다.

평소만큼 멋지지 않았지만

열등감에 휩쌓인 나는 훨씬 더 멋지지 않았다.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술을 많이 마셨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8. 6. 4. 08:07 from 카테고리 없음


철거

샷시 교체

폴딩도어

도배 

장판

붙박이장

주방과 현관 타일

조명구입

현관문 수리

그리고 고민끝에 욕실 올수리를 결정했다.

욕조를 들어내고 세면대와 변기를 교체하고 타일과 천장을 새로 깔고 만든다.


집을 새로 짓는 수준이다.

선택장애가 있는 나는 모든 결정이 괴롭다.

결국 친구가 했던 업체들 번호를 받아 바로 견적을 내고 계약을 하고 있다.

부디 한달이 무사히 지나가길.




Posted by Mona_ouzoud :

2018. 5. 18. 11:40 from 카테고리 없음

우리 모로코 동기 넷은 10개월 아기 한명을 데리고 경기북부지역으로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단독으로 사용하는 수영장과 노천탕이 있는 아주 깔끔한 펜션이었는데 매우 시골마을이어서 깜짝놀랬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임진각이 나온다고 했다.

마을 초입엔 축사와 공장들이 있었고 시골의 봄공기답게 소똥냄새가 매우 진동을 했다.


수영장과 노천탕과 바베큐. 

최고의 휴양이었다. 

비록 비가왔고 좀 추워서 수영은 못했지만.

노천탕에 뜨신물을 받고 들어가 한참동안 수다를 떨고 밤늦게까지 고기를 구워먹으며 단합을 다졌더랬다.


귀한 사람들.

모로코로 처음 갔을때 28살이었던 내가 이제 36살이 되었고 더없이 좋은 친구가 셋 늘었다.

앞으로도 더 앞으로도 함께해,




Posted by Mona_ouzoud :

2018. 5. 15. 00:31 from 카테고리 없음

퇴근 후 달려온 현주와 닭도리탕에 소주 세병을 마시고 집근처까지 데려다줬다.

도보로 15분 남짓한 거리임에도 1년만의 만남.


걸어 돌아오는 길, 낡은 빌라 앞 아카시아에서 물씬 향이 났다.

봄이다. 봄.

지났나싶을때 나를 습격하는 봄.


오른쪽으로는 관악산 끄트머리의 흙냄새

왼쪽으로는 낡은 주택가의 아카시아 향

괜스레 생각이 많아져 눈물이 고였다.


출장을 떠난 남편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보, 우리 나중에 아카시아를 심자.

지구 반대편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나도 함께 아카시아 향기를 맡고 싶다고.


통화를 끝낸 후 편의점에 들러 고기가 잔뜩 들었다고 설명된 도시락과 자몽맛 소주를 한 병 샀다.

내일 식사다.

혼자있는 동안은 뭐든지 편한게 좋다.

편의점 도시락이 있어서 다행이다.



Posted by Mona_ouzoud :

2018. 5. 14. 19:30 from 카테고리 없음

증명사진이 필요했다.

18년 된 묵은 주민등록증도 갱신해야 했고

힘들게 취득했던 피부관리사 미용사 면허증도 신청해야 했다.

게으름이 너무 길었다.



도로 건너 엄마 집으로 가는 길에 작은 갤러리가 하나 있는데 

언제부턴가 벽에 쓰여있던

증명사진 만 원,

여권사진 만 원.


동네 사진관보다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화장을 하고 만 원짜리를 챙겨 길을 나섰다.

엄마도 마침 주민증을 갱신한다 해서 사진을 찍는다 하셨다. 그럼 우리 거기서 만나.


문을 열고 들어선 갤러리는 생각보다 좁았는데 건물 특유의 묵은 냄새가 몹시 마음에 들었다.

서점에 들어가 있을 때처럼 안정된 서늘하고 공기.

8점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고등학교 사진과 학생들이 찍은 사진이라고.

아름답고 반짝이고 재치 있는 사진들. 

건물을 촬영해서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그래픽 편집을 한 후 인화했는데

흡사 어릴 때 가지고 놀던 만화경을 재현한듯했다. 질리지가 않았다.

그 중 두 점을 치워 흰 벽을 만들고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반사판도 커다란 조명도 없이 갤러리 천장의 조명들을 한 곳으로 모아 사진을 찍었다.

엄마가 먼저, 그다음은 나.

작가님께서는 우리 두 모녀의 사진도 한 컷 찍어주셨는데 몹시 마음이 들떴다.


나는 자라면서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디카나 폰카로 찍은 그런 가족과의 사진 말고 -

그러니까 누군가가 의자에 앉고 누군가는 그 어깨에 손을 얹는 구도로 찍은 단정하고 정적인 사진.

만 원짜리 증명사진을 찍으러 간 건데 얼떨결에 엄마어깨에 다정히 손을 얹고 이 순간을 찍으려니 울컥했다.

클래식한 뒷배경에 엔티크 한 의자에 앉아 남기는 사진도 아닌데,

그냥 흰 벽 앞 조그만 나무의자에 앉은 엄마와 사진을 한 장 찍었을 뿐인데.

화려한 액자에 뽑아 넣을 것도 아니고 휴대폰으로 전송받기로 한 뿐인데.


우리 가족 여섯 명은 왜 모두가 살아있을 때 사진 한 장 남길 생각도 못했을까.

성장도 마음도 가난했던 시기다. 

당연하게 먹고 살기에 바빴다하지만 남겨진 아쉬움의 크기가 너무 크다.

이젠 미루지말고 가족사진을 제대로 남기러 가야지...

엄마가 더 하얀할머니가 되기 전에, 우리 자매들에게 굵은 주름이 생기기 전에.


 


Posted by Mona_ouzoud :

2018. 5. 14. 13:37 from 카테고리 없음



*

슈가맨에 나온 김형중의 노래를 들었다.

청량한 목소리와 몽환적인 노랫말이 아름다웠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순간순간들이 떠올랐다.

게임을 하지 않던 내가 깊은 감동으로 모든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낸 모뉴먼트 밸리도 생각났다.

우주에 대고 부르는 노래같다. 그저 언제가는 공간의 끝에 가 닿을 것만 같다.

김형중이 가수여서 다행이지싶다. 

그가 다른 일을 했다면 혼자 읖조리는 노래를 들을 기회가 내게는 없었을텐데.




Posted by Mona_ouzoud :

2018. 5. 13. 06:44 from 카테고리 없음

어제는 시작부터가 조금 이상했다.

셋째언니는 늘 선하고 고와 살면서 싸워본 적이 없었는데 꿈속에서 크게 다퉜다.

언니는 내게 아이를 왜 가지지 않는 거냐며 야단을 쳤고,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에 나는 아주 크게 따지며 화를 냈다.

다른사람은 몰라도 언니가 왜 내마음을 모르고 그렇게 말하냐며.

아주 아주 화를 내고선 둘째언니에게 달려가 몹시 서럽게 통곡을 하며 울었다.

격한 꿈을 꾸다가 눈을 뜨니 낮 열두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는데 밖에서 빗소리가 무척 크게 들렸다.

뒤숭숭하게 깬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는데 주말이라 함께 늦잠을 자던 남편도 깼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사과와 삶은 달걀을 마요네즈에 버무려 샌드위치를 만들고 남편은 커피를 내렸다.

테이블에 앉아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대충 허기를 달래다가 문득 남편이 물었다.

여보 우리집만큼 작은데 높은 층수에 좀 오래된 아파트는 얼마정도 하지?


마침 근처 친구가 사는 아파트가 딱 그조건이었다. 작은 평수에 25년 이상된 낡고 높은 아파트.

바로 부동산 사이트를 열어서 대충의 가격을 알려주다가 괜찮아 보이는 집이 있어서 보러 갔다.

모든건 경험이지. 나중을 대비해서 연습삼아 집을 보러 다니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은 생각보다 엉망이었다. 

오래된 외관 샷시만 간신히 붙어있고 내부는 나무문과 샷시가 묘한 이중창으로 설치돼 있었다.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찬장은 너무 낡아서 올 리모델링 수준으로 수리를 해야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뭐에 홀린듯.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집을 계약하고 돌아왔다. 

9월말에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이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부부의 첫 집이, 대낮에 눈떠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 때까지는 생각도 안했던 첫 집이,

이렇게 요란스런 고민과 스토리없이, 시장에 나가 양파를 사듯이 이루어져버렸다.

이래도 되는걸까?



Posted by Mona_ouz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