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29. 01:10 from 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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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다가 클리퍼로 뒷머리 아랫부분에 땜통을 하나 만들었다.


해야한는 공부가 있는데 하기싫었던 탓에 괜히 다른 일거리를 찾다가 남편의 덥수룩한 머리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처음엔 깔깔 신나게 웃다가 이내 미안해졌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무렇지 않다며 손으로 쓰다듬어 부위를 확인하면서도 되려 나를 위로하는 모습에 더욱 미안했다. 

뒷머리에 땜통을 달고 열심히 막춤을 추며 불금을 마무리하는 우리집 가장. 장하다 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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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집에 오셨던 이모가 립스틱하나를 주셨다.

새빨간 립스틱이 무척 예뻤지만 좀처럼 어울리지않는 색이라 한번 열어보곤 책상 구석에 넣어두었었다.

새벽 한시간 다 되어가는데 그게 문득 생각이 나서 끄집어내어 진하게 바르고 전기밥통으로 막 쪄낸 옥수수도 뜯으며 맥주를 한 캔 깠다.


원래 시험전날엔 이런 것들이 당연한게 아닌가.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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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까.

그럴까.

그래도 될까.

안되겠지.





Posted by Mona_ouz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