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2. 27. 09:24 from 카테고리 없음


해가 어둑해지고도 한참이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탔다.
두껍고 낡은 외투를 걸친 사람들이 말없이 드문드문 앉아있는 밤기차.

베를린의 시린 겨울 이야기들이 단편으로 차곡히 들어있는 공지영작가의 책을 읽었다.
서너개의 에피소드를 막 읽었을때 정전이 됐다.
기차안은 컴컴했고, 조용했다.
엠피쓰리에서 나오는 캐스커의 음악만 숨을 쉬는 기분이었다.

창밖으로 손톱달과 쏟아질 듯 많은 별들이 보이고, 잠시 고모의 목소리가 생각났다.

지난 여름, 가까운 베를린으로 오지 않고 굳이 한국으로 휴가를 갔냐며
섭섭해하던 전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

외로운 타향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머리가 하얗게 세고 있을 나의 고모
7년 전 출간된 그 책을 보고나서야 지난번 고모의 목소리가 담고 있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다.
책속의 그 사람들처럼, 가끔은 고모의 뼈도 시렸겠지.
 

해가 좀처럼 들지 않고 싸리눈이 내린다는 베를린의 겨울이 문득 궁금해진다.
함께 뜨거운 차를 마시고 조금 웃는다면 서로의 외로움을 덜어낼 수 있을까.



Posted by Mona_ouzo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