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_ouzoud 2011. 12. 12. 02:45

가스가 떨어졌다.
샤워를 하다가 찬물을 맞고 놀래 뛰쳐나왔다.
얼마전에 갈았는데 무서운 속도로 닳고 있었구나, 통을 뒤흔들어도 찰랑거리는 소리가 없다.

보통 가스 한 통이면 모로코 4인가족이 석달을 쓴다는데,
난 왜 혼자살면서도 꼬박꼬박 두달에 한번씩 교체해야 하는지.

헤누트에 가서 가스를 갈아달라고 하면 가게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늘 오밤중(11시나 12시)에야 와서 갈아주기에 이번에는 그냥 내 스스로 해결하자 싶은 생각이었다.
역시나 "가스주세요!" 하자,
청년이 미안한 목소리로.
"저기 지금 네집에 못가니까 가스만 일단 옮겨놓을래? 이따가 갈게." 하기에
"아니에요. 이번엔 나 혼자 갈아볼게요. 그대신 나 스패너 빌려줘야해요 " 했다.

와...청년의 얼굴에 웃음이 활짝....
마치 철없던 딸내미가 드디어 혼자 무언가를 한다고 할때의 뿌듯함으로 꽉차있다.
"혼자 할 수 있겠어? 가스 무거우니까 저걸로 끌어가고, 스패너는 여기 있어"

헉.. 생각보다도 훨씬 더 무거운 가스통.. 태어나 처음으로 손에 쥔 차갑고 단단한 스패너...
하지만 가스통을 끌개에 담지도 못하고 낑낑대는 나를 보고,
오랜만에나와 가게 구석에서 짐을 정리하던 청년의 아버지께서 나오며 한말씀 하셨다.
안되겠다. 내가 가서 갈아줄게.


..... 캄사합니다.


아저씨는 가스통을 척척 들더니 어디로 갈까? 하신다. 아, 진짜 고마운 아저씨님!
집으로 와서 가스통을 교체하는동안 잡담을 나눴는데 제일 먼저 소개하길 "나는 베르베르 사람이야" 라고 하신다.
그게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혼자말처럼 약간은 쓸쓸하게. 나는 베르베르 사람이야.
아가딜에 살다가 오래전에 라밧으로 올라오셨다, 아들이 가게를 보고 이제 조금 더 살다가 다시 아가딜로 돌아가실거다.
어딘가 모르게 몸이 아파보인다. 바싹마른 몸, 윤기없는 머리카락. 나보다도 더 작은 키.

참, 아저씨의 이름은 으레 모로코 남자의 오할이 그러하듯 "모하메드" :D
한참 스패너를 휘두르던 아저씨가 "어? 여기 연결부분 고무가 찢어져서 갈아야해. 너 가지고 있어?" 하기에 "없어요" 했다.
아저씨는 "그래, 내가 가서 사올게 조금만 기다려"하시곤 10분 뒤 다시 나타나셨다.
정말 슈크란슈크란 모하메드 ^-^!!
고무를 끼워 가스가 새지않게 잘 조치해주시곤, 내 손을 펴더니 예비용 고무를 하나 더 주신다. "다음엔 이거 써"하시며.
아, 그리고 언제든 내가 원하면 가스통을 갈아주시겠다고 세번이나 약속해 주셨다. 정말 함둘라다 :D 

빈 가스통을 들고 다시 헤누트로 돌아가는 모하메드 뒷 모습을 보는데 생각이 복잡해졌다.
아무것도 아닌, 가스통 갈기 하나로도 친구를 사귈 수 있구나.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