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a_ouzoud 2011. 12. 10. 12:38


한국에서 소포를 보내왔다며 밥을 먹자 하셨다.
아...쿨한 영숙누님, 고작 두 봉지 들어있던 유부를 다 꺼내신다.
그랑을 타고 삼십분, 사십분. 여러곳에서 사람들이 모였다.
살짝 시큼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 유부초밥. 한 입 깨물고나니 명치가 조금 저렸다.
익숙한 맛은 잊고 있던 그리움을 부른다.

간단하게 맥주를 한 병씩 마신 후, 과장님께서 사오신 아이스크림케익을 먹었다.

대화의 화제는 단연코 귀국 후의 진로.
오늘 모인 여섯 중 과장님은 두 달 후면 떠나시고, 다른 네 명은 넉 달 후에 떠난다.
백일의 카운트다운을 세어가며 하루하루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를 오가는 감정들이 묻어났다.
저들이 쓸고 나간 흔적을 보듬으며 나는 조금 더 살아야 하겠지.
한번 더 여름을 맞이하고, 라마단의 고된 갈증들과 다시금 싸워야하겠지.




*
비가 올 듯 말 듯 구름만 성성.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려다가, 내일 아침 한국에서 온 라면을 끓여준다는 이야기에 눌러앉았다.
라면은 내 외박도 흐믓하게 만들어주는 힘이있다.
그냥... 아, 좋다. 라면!

새벽 세시- 이십- 오분 -
다들 이층의 숙소에서 잠든 사이 살롱에 혼자 앉아 책을 보다보니 벌써 시간이.
방금 읽은 책은 오금이 저릴만큼 유치한 연애소설이었는데 왜 자꾸 심장이 오두방정을 떠는지. 
평소라면 몇 장 넘기다가 덮었을지 모르는 이야기에 심취하는 나를 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유숙소에 비치된 책들은 종류가 많지도 않거니와 취향을 따지기엔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환경이 편독을 넘어선다.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연애소설이 이렇게 흥미로울 줄이야. 맙소사! 유레카!
급기야는 백마탄 왕자님과 운명적 사랑을 꿈꾸는 공상이 꾸물꾸물..



오늘은 정말 좋은 꿈을 꿀 수 있겠지.
심장이 아직도 콩닥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