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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에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봤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인지도 모르고 거의 킬링타임용으로 보다시피 하다가 나중에 알고보니 프로메테우스에 이어지는 연작. 이상해보이지만 정말 몰랐다 정말. 얼마전 비행기를 탔을 때 클래식 영화 모둠에 프로메테우스가 있길래 잘됐다 싶어 조금보다가 충격받고 제대로 보고 싶단 생각에 꺼버렸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화면 크게 음향 높이 집중해서 보다가 소오름. 마음이 급해져서 작년에 대충 보아 넘겼던 에일리언 커버넌트까지 이어서 다시 봤다. 그제서야 눈에 보이는 영화 속 장치들과 스토리의 연결. 어여 프리퀄 세번째 이야기가 나와서 에일리언 시리즈의 1편과 만났으면 좋겠다. 이토록 몇 년이 지난 뒷북이라니. 어린시절 흠모했던 리플리언니의 단단한 팔과 헝클어진 머리까지 떠오르니 더욱 설렌다. 오늘부터 에일리언 시리즈 정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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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적응은 사실 좀 핑계고 낮잠 조금 초저녁 선잠 조금 이렇게 자다보면 새벽까지 정신이 말똥하다. 어제도 남편은 먼저 들어가 자고 나는 티비리모콘을 여기저기 돌리며 시간을 때웠는데 어영부영 다섯시가 넘어서야 들어가 누웠다. 꿈속에서 나는 도넛가게 알바생이었다. 낱개 빵을 하나하나 봉지에 싸서 종이봉투에 담고 있는데 손님이 본인이 샀던 도넛하나를 먹으라고 주는게 아닌가. 기분이 너무 좋아져 달콤한 도넛을 입에 딱 무는 순간 꿈이 깨 버렸다. 이제 막 동이 튼 아침. 겨우 두어시간을 잠들었던 것 같다. 이미 도넛맛을 봐버린 나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이른 오픈을 하는 동네 빵가게에 들러 밤식빵과 핫도그 그리고 따뜻한 팥빵을 샀다. 횡단보도를 건너 24시간 영업을 하는 마트에 우유를 사러 갔는데 이미 계산을 하고 봉투를 받았을 때 그안에는 우유 일리터 뿐 아니라 단무지, 맥주 6캔, 맛살, 냉모밀 육수, 스낵면, 중력분 밀가루까지. 왜 샀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런게 들어있었다. 분명 고를때는 무슨 생각이 있던 것도 같다. 아침부터 봉투 찢어지게 들고 집에 오는데 오르막에서 다 내던지고 싶었다. 하지만 우편함의 상하수도 고지서까지 야무지게 챙겨서 입성. 우유나 맥주와 함께 먹으려고 산 빵인데 막상 집에 오니 따뜻한 커피가 먹고 싶어져서 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커피를 좀 진하게 내려서 마셨다. 만족스러운 아침.